그 날 저녁, 나는 불꺼진 맥도날드 앞에서 울고 있었다.

 

[하는 일이 잘 안 되어서,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속상해서, 누군가로부터 상처받아서, 과거의 상처가 떠올라서....] 내가 울었던 이유는 이토록 다양하지만, 그 날의 눈물은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눈물을 분류할 수 없어서 당황했고, 기분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적잖게 당황했다. 평소의 나는 내 마음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썩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일상 만화를 그리고 정기적으로 에세이를 쓰다보니 내면 상태를 늘 주시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이 마음을 휩쓰는 감정의 정체도, 원인도 알 수가 없다니. 내가 나를 모르겠는 그 느낌은 공포에 가까웠다. 

 

"코치님, 마치 세상이 뒤집힌 것 같아요. 제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것이 사실 잘못 알고 있는거라면 저는 어떡하죠? 저는 제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요. " 

 

핸드폰이 동앗줄이라도 되는 양 한 사람을 부여잡고 물어봤다. 저 좀 도와주세요.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단어로 SOS를 치고, 불안정한 목소리로 말하는 내 모습이 나도 낯설었다. 얼마나 한참동안 횡설 수설 했을까. 차분히 들어주던 상대방이 질문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부분이 무서웠어요? 천천히 얘기해봐요.

 

"그러니까, 저번 주말에 삶의 예술학교에 다녀왔어요. 거기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잔뜩 만나고 왔어요. 너무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을 만나니까 내 안의 중심이 기우뚱 하고 크게 기우는 경험을 하고 왔어요. 나는 내가 사랑한 가족, 내가 만나왔던 친구들, 작가가 되고자 했던 나, 사랑했던 연인.... 그 외에 중요한 것은 더 없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었거든요? 그런데, 그 주말 이후로 내가 쌓아온 모든 기치관이 유리처럼 깨지고 부서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횡설 수설 하다가 갑자기 상처가  벌어지듯 깨달았다. '아, 그래. 나는 지금 의존하고 있던 것들이 깨지고 있구나.'의존 할 것'이 사라지려고 하니까 이렇게 혼란스러웠던 거였어.'

 

그렇다. 나로 말할  같으면, '의존'으로 생겨난 존재였다. 어렸던 나의 엄마는 성인으로서 독립을 하기 위해서 아빠에게 시집가는  밖에 없었다. 일찍 엄마를 잃은 엄마는 그게 독립인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의존하는 과정에서 내가 태어났다. 엄마는 혼자   모르는 사람이었고, 나는 그걸 지켜보며 자랐다. 아빠에 의해 휘둘리는 엄마를 보면서  만큼은 그렇게 살지 않았겠다고, 나는 혼자   안다고 생각하면서 자랐지만, 사실 내가  세상은 엄마 아빠의 세상이었기에 서 있어봤자 어딘가에 몸의 중심을 기댄 상태일 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엄마가 모르는 세상은 나도 모르고, 내가 모르는 세상은 엄마도 모르는 채 살아오게 된 것이다. 나는 계속 독립하고 싶다, 나는 이제 성인이다, 껍데기 같은 말만 되뇌어 왔을 뿐. 독립의 첫 시작인 '분리'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던 것이다.

 

의존하는 고약한 습관은 정말 지독하게 변형하며 내 삶에 뿌리깊게 기생했다. 처음의 내 의존 상대는 친언니였다. 나는 병아리처럼 언니가 하는 것은 모두 따라하고, 어떤 선택을 할 때마다 언니에게 의지했다. 심지어 성인이 된 뒤에도 대내외적인 자리에 갈 때엔 언니에게 티셔츠와 신발을 골라달라고 할 정도였다. 때로는 '글쓰기' 혹은 '코칭'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의존하기도 했다. 어쩌면 '건강하고 훌륭한 것'을 배우고 있으니 이 의존은 '안전하고 건강한 것'이라고 믿으며 내가 마주해야 할 두려움을 슬쩍 피하면서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는 '의존'할 여지가 없이, 나 자신이 가치관을 정립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내가 뭘 믿고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 정해야 하는 순간에 와 있는 것이다. 

 

"코치님.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까 눈물이 그쳤다. 누군가에게 내 불안을 좀 어떻게 해달라고 징징 거리고 있는 것이 의존의 다른 형태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독립을 하기 위해서, 내가 올바르게 서 있기 위해, 나의 지독한 의존을 떼어내고 마주해야만 했다. 그걸 깨닫고 난 뒤, 나는 3일을 꼬박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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